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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무슨 죄야? 결국 사람이 문제지." 이 문장이 현실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한숨과 불안감을 대변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는 그 불안감을 예측불허의 스릴로 증폭시킵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입성한 '국민 평형' 84제곱미터 아파트가, 한 남자에겐 생지옥으로 변하는 이야기. 과연 아파트는 정말 죄가 없을까요?
모두의 로망, '국민 평형' 84제곱미터의 빛과 그림자
영화의 제목인 **<84제곱미터>**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그리고 가장 많은 이들이 꿈꾸는 아파트 평형을 의미합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어렵사리 84제곱미터 아파트를 장만한 30대 직장인 '노우성'(강하늘 분). 고금리 대출 이자와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고군분투하는 그의 삶은 어쩌면 오늘날 많은 청년들의 모습과 닮아 있어 시작부터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그의 '내 집'은 안식처가 아닌,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공포의 공간이 됩니다. 쿵쿵거리는 발소리, 날카로운 비명, 혹은 알 수 없는 소음들.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이웃과의 갈등 속에서 우성은 소음의 근원을 캐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의 민낯과 아파트가 숨기고 있던 섬뜩한 비밀은 관객들을 극한의 스릴로 몰아넣습니다.
'영끌족의 공포'를 담아낸 현실 밀착형 스릴러
<84제곱미터>는 단순한 층간소음 스릴러를 넘어섭니다. 영화는 '영끌'이라는 현실적인 키워드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이 어떻게 악몽이 될 수 있는지를 소름 끼치게 보여줍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 간의 미묘하고도 치명적인 갈등이 영화의 핵심이죠.
층간 소음은 단순히 소리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이자 감정적인 폭력으로 변질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일상적인 소재를 극대화하여 보이지 않는 위협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누군가 내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점차 편집증적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안에 잠재된 공포를 건드립니다. "아파트가 무슨 죄야? 결국 사람이 문제지"라는 슬로건처럼, 이 영화는 층간 소음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파괴적인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강하늘의 압도적인 연기, 그리고 빛나는 연출
물론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책상 앞에 앉아 쓴 듯한 작위적인 플롯', '억지스러운 전개' 등의 각본에 대한 혹평도 존재했습니다. 특히 반전 이후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갈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잊게 할 만큼 강하늘 배우의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고금리 대출 이자와 층간 소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위협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노우성'을 강하늘은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의 정신분열적 연기가 돋보이는 코인 장면은 영화의 최대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죠.
각본의 논란과는 별개로, 김태준 감독의 연출과 영상미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작에서 보여준 현란한 편집과 리얼하면서도 불쾌감을 잘 살린 미장센, 그리고 어둡고 강렬한 색감의 활용은 <84제곱미터>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스릴러 영화로서 시각적인 재미를 더합니다.
총평: 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한가요?
<84제곱미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와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합니다. 어쩌면 답답하고 우울한 전개가 이어져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결국 지옥으로 변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를 통해 당신의 안식처가 과연 안전한지, 그리고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