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는 군대 내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 소속 군인의 시선을 통해, 폐쇄적 조직 내의 폭력과 인간성 상실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한 드라마다. 실제 탈영병 체포부대(D.P.)의 실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군복이라는 동일한 외피 아래 감춰진 위계와 차별, 그리고 침묵 강요의 문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정해인과 구교환이 연기한 안준호와 한호열은 단순한 군인 이상의 존재로, 각자의 시선으로 군대라는 제도의 비극을 체험하고 반추하게 된다. 드라마는 탈영병을 단순한 범법자가 아닌, 극한 상황 속 인간으로 바라보게 하며, ‘왜 탈영했는가’라는 질문보다 ‘왜 견디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사회적 약자와 구조적 폭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특히 각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군 내부의 가혹행위, 부조리한 상명하복 문화,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구조는 군대라는 시스템 안에서 개개인이 얼마나 쉽게 소외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D.P.’는 단지 군대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권위주의적 관행과 침묵의 윤리를 날카롭게 고발하는 사회적 텍스트로 기능한다. 이 드라마는 누구나 그 안에서 상처받을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사회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군복 속에 감춰진 인간의 얼굴
‘D.P.’는 군대 내 탈영병을 잡는 임무를 맡은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위계 문화와 조직 내 폭력의 실체를 드러낸 드라마다. D.P.는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탈영병 체포조를 의미한다.
드라마는 이 부대에 소속된 군인 안준호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고, 동시에 군대라는 조직의 부조리를 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외형상으로는 수사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성과 공감, 그리고 제도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을 핵심에 두고 있다.
주인공 안준호는 입대 후 헌병대에 배치되어 상명하복의 질서와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복무를 시작한다. 우연히 D.P.로 차출된 그는, 선임 한호열과 함께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탈영병들을 추적한다. 하지만 탈영병의 뒤에는 언제나 복잡한 인간의 사정과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단순히 ‘군무 이탈자’로 치부하기 어려운 사연들이 펼쳐진다.
드라마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군대라는 폐쇄적 공간이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는지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D.P.’는 단지 군복을 입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조직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 입고 방치된 사람들이다. 군대라는 환경은 단순히 군기와 훈련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때로는 폭력이 묵인되고 정당화되는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를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전달하며, 시청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것이 ‘D.P.’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적 고발로 기능하는 이유다.
추적자는 누구이고, 도망자는 왜 도망쳤는가
드라마 ‘D.P.’의 가장 큰 미덕은 탈영병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는 시선에 있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인물들이다. 폭력, 따돌림, 괴롭힘, 고립—이 모든 것이 탈영이라는 선택의 배경이 된다.
이들을 쫓는 안준호와 한호열 역시, 추적자이기 이전에 같은 제도의 일원으로서 그 고통을 공감하고, 때로는 무력함을 느낀다. 탈영병과의 만남을 통해 안준호는 점점 달라진다. 처음엔 명령에 충실했던 그가, 점점 개인의 아픔과 제도의 부조리를 인식하게 되면서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성장 서사를 넘어, 시청자에게 제도와 윤리, 그리고 인간성 사이에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동료 군인들조차도 폭력의 순환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이는 곧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구조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벽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도망친다. ‘D.P.’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낱낱이 보여주며, ‘왜 도망쳤는가’보다 ‘왜 그들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가’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한 분노나 연민을 넘어, 사회적 공감과 책임감을 자각하게 된다.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은 곧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며, 그 속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절실하게 전한다.
기억해야 할 불편한 진실
‘D.P.’는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 단순한 탈영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구조적 폭력과 권위주의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의 힘은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집중하기보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데 있다.
안준호와 한호열은 단지 명령을 수행하는 병사가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윤리를 끝없이 질문하는 목격자이며 참여자다. 이들은 탈영병을 잡으며 그들과 같은 고통을 공유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점점 그 추적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결국 ‘D.P.’는 군대 안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집단 속에서 약자는 어떻게 대우받는가, 침묵은 어떤 결과를 낳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부조리에 얼마나 둔감해졌는가를 질문한다. 이 작품은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진정성 면에서도 매우 높이 평가받는다. 또한, 단지 비판에 그치지 않고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청자가 직접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D.P.’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사회의 거울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조직 속에서 외면당한 개인, 부조리에 침묵한 다수, 그리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던진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D.P.’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작품이다.